전역하고 이렇게 힘들게 될 줄 몰랐어요.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두서도 없고, 죄송합니다.
 
 
 
 
 
전역한지 일주일도 안됐습니다. 솔직히 오유에 다시 글을 쓸 줄은 몰랐어요. 원래도 기타 사고 싶다 이런거 밖에 안썼으니까요..
 
근데 지금 너무 공허하고 아파요....... 진짜 아파요.....
 
 
 
 
 
전 군대에서 해볼 걸 찾다가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힘들게 일과 하고 나서도 꼭 연등하고 열심히 했어요. 히라가나 반밖에 모르던 애가
 
일어로 대화하고,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 정도면 그래도 나쁘진 않죠. 12월에 있는 n2 시험 준비중입니다.
 
9월 말출 때, 헬로우톡이라는 어학 공부용 어플을 알았습니다. 거기서 알게 된 사람이 있어요.
 
나이는 저보다 세 살 어리고, 정말로 예쁜 사람이에요. 얼굴도 얼굴이지만 말하는 것도 귀엽고, 일하다가 잠깐 짬내서 영상 찍어 보내 줬는데
 
너무 해맑게 웃으며 물병을 흔들면서 오빠! 라고 하는게 진짜로 예뻤어요. 남자친구가 없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카톡으로 넘어와서 계속 카톡하고, 서로 사진 보내주고 전화도 계속 하고, 영상통화도 했고.. 서로가 좋다고 그랬거든요.
 
제가 사귀자고 했지만 당시에 웃으면서 좋긴 하지만 역시 만나보고 결정하는게 (21일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언니랑 한국 여행을 오기로 했었거든요.) 저한테 좋지 않겠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죠.
 
당시 저는 이미 사귀고 있다고까지 생각 했어요. 대화 내용이라던가, 오가는 말 속에 담긴 당사자만 아는 그런 감정들이 있잖아요.
 
당시에는 누가 봐도 사귀고 있었어요.
 
 
말출 복귀 날까지 전화로 깨를 볶다가, 제가 복귀해서 페이스북으로 넘어 가면서부터 연락이 줄더라고요.
 
원래 카톡으로 하면 일어나서 출근 전 잠깐, 점심시간 잠깐, 퇴근해서 계속 하고 전화하고 그랬는데
 
페이스북을 봐보면 출근 전엔 아예 안와있고 점심시간에도 와 있으면 좋은거고 퇴근해서 전날 제 메세지에 답장하는게 보통이더라구요.
 
뭔가 좀 이상했죠. 느낌이.. 아무리 안하던 페북을 시켰지만 손바닥 뒤집듯 연락이 줄어버릴 수 있나?? 하면서..
 
전 전역대기가 좀 길었어요. 말출로 한 번에 몰아쓴게 아니라 나눠 썼거든요. 그래서 20일 정도를 그 상태로 보냈습니다.
 
그때 느꼈던 생각은 연인에서 그저 한국 여행을 기대하는 소녀? 로 느껴졌어요.
 
그래도 전역하고 연락해보면 뭔가 다르겠지? 싶었는데 카톡을 해도 전같지가 않고 오히려 더 줄어버렸어요. 서로 안부만 확인하는 정도?
 
뭣보다 가장 크게 바뀐점은 복귀 전에는 카톡이 가능할 때는 칼답이 왔었거든요. 그래서 좋았었어요. 보통 일본인이 업무 중에는 아예 연락을
 
안하고 평소에도 그렇게 자주 안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전역 후에는 너무 크게 줄어버렸네요.
 
 
어쨌든 오늘이 돼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진짜 너무 예쁘더라구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그래서 한참 바라보고 그랬는데
 
애초에 만날 수 있었던 시간도 적었는데 (4시 반~9시 정도)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확실히 약간은 거리를 두고 있는구나 하는게 느껴졌습니다.
 
복귀전에 서로 만나면 뭘 할까, 에 대해서 말할때 손을 잡아주고, 뽀뽀도 해주겠다. 이런 얘기도 했는데
 
손 잡아도 되냐니까 된다고 하지만 조금? 잡고 놔버리더라구요. 슬며시 뺐어요. 처음엔 그냥 마냥 좋았어서 착각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몇번 더 그래보니 확실하더라구요.
 
되게 많이 얘기하자더니, 저에 대해 알고 싶은게 정말 많다더니, 그렇게 얘기를 많이 안해요. 자기쪽에선 얘기를 시작하지 않았고, 질문도 거의 언니가 했어요. 낯가림이 있다곤 했지만 서운했죠.
 
글쎄요.. 저랑 같이 있는 시간보다는 거리에서 춤추는 사람들 보는게 더 흥미로운거 같이 느껴졌어요 (방탄소년단을 엄청 좋아합니다)
 
복귀하기 전에 저랑 일본여행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었어요. 12월에 제가 거기로 가면, 숙소는 자기 자취방에서 하면 되니까 와서 많이 놀자고.
 
제가 12월에 만나면 그 시간동안 만큼은 연인인걸로 좋겠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그랬었어요.
 
 
 
 
오늘 예상보다 훨씬 빨리 헤어지게 된게, 무슨 언니 배터리가 다 나가서 꺼져버리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서 충전을 해야 된답니다. (굳이?? 라는 생각이 엄청나게 들었어요)
 
언니랑 둘만 있게 된 시간도 있었는데 그 때 제가 부탁을 했었거든요. 저희 둘이서 있을 수 있는 시간 조금만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고, (본인한테 얘기했을때는 되게 곤란해 하면서 안될 거 같다고. 몇 번을 물어도 그렇더라구요. 곤란해 하는데 그러면 안되는 걸 알았지만, 시간이 없잖아요 저에겐..)
 
그 때 언니가 좋다고 하길래 전 도와주실 줄 알았는데 알아서 도와주시질 않길래 헤어지기 전에 진짜 잠깐, 시간내서 둘이서 말했습니다.
 
좀 많이 충격인게, 전 오늘 처음 알게 된 사람한테 구애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연락 많이 안됐던건 요새 일이 갑자기 바빠져서, 집에 돌아와서 바로 자버려서. 미안
 
12월에 가면 일정같은 건, 그 때는 연인이라던 얘기 나눴던건 변함이 없는거냐고 물었더니. 그대로의 일정은 어렵지 않을까, 연인인 것도, 사실 정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일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곤란해 하더라구요.
 
전 제가 싫어진 줄 알았어요..
 
만나서 얘기하며 물어보면 제가 생각 그대로의 사람이라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둘이서 얘기하던 도중에 아무래도 마음이 없으면 힘들지 않을까, 모르는 것도 많고, 알아가고 싶은 것도 많고. 라고.
 
근데 마음이 없으면 힘들다는 건, 저한테 마음이 없다는 거잖아요 역시.
 
복귀 하기 전까지만 해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해줬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저 마음이 없으면 힘들다는 말, 예전에 그랬거든요.
 
너처럼 예쁘고 좋은 사람이 남자 친구가 없는게 이상하다.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마음이 없는데 사귈 수가 있겠냐고. 
 
근데 제가 이런 말을 들었어요.
 
너무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그래요. 그 때는 일단 곤란해 하길래 저도 미안해서 그냥 응 응 하면서 넘겼지만,
 
돌아오는 버스에서(지방 살아요. 오는데 4시간 걸렸습니다) 한참을 생각해 봐도
 
누가 봐도 그냥 완곡한 거절이잖아요. 알아가고 싶다는데 만나서 별 대화도 안하고, 잡혀 있었던 일본 여행에 대해서도 무야무야,
 
바뀌어 버린 듯한 모습이 너무 혼란스러워요, 네 딱 혼란스러워요.
 
혼자 좋아하다가 멋대로 차여버린거 같아요. 분명 제 기억엔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말이죠.
 
부담스럽겠죠 솔직히 국제 연애. 사실은 저도 엄청 부담스러웠어요. 걔를 좋아하게 되는게.
 
진짜 무서우면서도 좋아하게 됐거든요. 서로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온거에요. 12월 여행에선 연인. 그 앞으로의 일은 연인으로써 만나보고 생각하자고.
 
근데 복귀하기 전엔 사실 제가 더 무서웠어요. 걔는 몰라도 저는, 진짜 계속 좋아하게 돼 버릴거 같아서.
 
이미 너무 힘들었거든요,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사실은 12월 여행도 물릴까, 오늘 만나는 것도 어떤 핑계를 대서 그냥 취소 할까..
 
더 좋아지기 전에 그냥 끝낼까.....
 
 
진짜 전역하기 전까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고통스럽게 보냈거든요. 너무 힘들게..
 
 
근데 어느덧 제가 좋아했던 물병을 흔들던 소녀는, 사라진 것 같아요.
 
지금 너무 어이 없다가 화가 나다가 슬프다가 아파요. 어디로 가버린 거 같애요.
 
오늘 만나기 전에 폰이 고장났어요. 어이없게도.
 
그래서 돌아와서 페이스북을 보니 오늘 정말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잘 돌아갔냐고 와 있어서
 
괜찮다고. 일본 돌아가면 메세지 해달라고. 전화 가능할까, 돌아오는 버스에서 많이 생각하고 묻고 싶은 것도 있다고..
 
보내긴 했는데
 
 
 
사실 저도 알아요. 이게 끝이잖아요. 다시 만날 일은 없을거고, 전화를 해 봐도 찌질하게 물어보다 결국 보채겠죠.
 
끝이잖아요.
 
 
 
 
 
 
 
 
끝이 아니면 좋겠는데....
 
 
 
 
 
그냥 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