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안 먹는 너


아가씨가 대게를 주문했다고, 같이 먹자고 그걸 다 싸들고 어머님 아버님이랑 우리집에 왔다. 3개월된 아가가 있어서 우리집으로 모인 것. 남편은 회식이라 늦을 예정인데, 어머님은 상관 없다고 하신다. 갸는 어차피 이거 안 먹는다~ 하시면서.

만취가 돼서 집에 온 너는 아버님과 술 한잔 기울이다가 나에게 계란후라이 세개를 주문한다.
그냥 대게 먹지?
아니야 차라리 암것도 안 먹을게.
조금만 먹어 내가 까줄게.

다리 하나만 허락했으나 몰래 세개를 깠다.
넌 모른다. 까주니 또 낼름 잘 먹는다.

모두 돌아가고 정리하고.. 겨우 아기 재우고 누워서 내가 말했다.
예전에 사귈 때 대게 먹자고 나 델꼬 멀리 갔었잖아, 그건 그냥 나 먹이려고 그랬던 거야?
응.
헐.

그래, 넌 그런 남자였다. 지금은 그게 대게가 아닐 뿐, 날 생각해서 나 좋으라고, 편하라고 하는 선택들이 많다. 너는 늘 그렇게 따뜻하다. 

뒤집어 놓는 무수한 양말들, 집안 곳곳 숨어있는 잠옷들, 아무데서나 코파는 모습, 아기 잘 못 재우는 거, 애 보라 했더만 끌어안고 같이 게임방송 보는거 등등, 한심하고 야속한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꾸준히 따뜻한 사람이다.
오전 10시 - 미리 바다에 떠있었을떄 입은 티셔츠랑 정보도 없고 ㅋ

어쩔땐 뜨겁고 어쩔땐 차가운 나는 너에게 많이 미안하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도 있지만 진심으로 미워한 적도 많다. 나도 너의 온도를 닮고 싶다. 그렇게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와이프가 되어가고 싶다.
어무니가 겨울에 정보 2000원에 샀었쥬..

그러니까 너도 좀 내 말 좀 좀만 더 들어라 짜샤.
싱글킹이 노바디는 먹힐것 같다라는 생각이... 어쨌다 하는 소리가 있지만